서울노인영화제 최우수상, 전양수(64)씨

노년시대신문-2010-1008아내를 먼저 보내고 작은 아들 내외와 함께 살게 된 할아버지. 하지만 어르신의 쓸쓸한 마음을 채우지는 못한다. 죽은 아내의 휴대전화를 간직한 채 ‘사랑한다, 보고싶다’는 문자를 혼자 주고받을 정도.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고 폐지를 팔아 용돈벌이까지 나선다.

그런 아버지와 소통하려는 아들 내외의 노력이 가슴 찡하게 펼쳐진다. 제3회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사랑해요 아버님’이란 작품의 줄거리다. 17분짜리 단편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전양수(64)씨가 제작·감독을 맡았다. 시나리오부터 연출, 섭외, 편집, 자막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카메라를 들기 시작한 건 불과 18개월 전의 일이다. 그 전까지 전씨는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건축회사 경영자였다. 20년 넘게 건축 관련 일만 했던 그가 영화를 시작한 건 우연에 가깝다. 아니,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2008년 3월, 어려운 자금 사정으로 회사를 정리한 그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컴퓨터 배우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하지만 그가 찾아간 곳은 컴퓨터 학원이 아니라 영상제작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광주 시청자 미디어센터였다. “컴퓨터로 편집도 하고, 자막도 만든다고 해서 수강신청을 했는데…. 20명의 수강생 중 나만 빼고 다 젊은 학생들이었어요. 컴퓨터조차 다룰 줄 모르는 할아버지가 들어오니까 다들 놀랐지.” 그는 어색했던 첫 수업시간의 기억을 떠올리며 껄껄 웃는다.

전씨는 “전문 프로그램을 다뤄야 하는데 컴퓨터의 기본조차 모르니까 수차례 포기할 것을 권유 받았다”며 “컴퓨터나 첨단기기를 다루지 못한다는 노인들의 편견을 깨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털어놓는다.

촬영한 화면이 너무 흔들려서 도저히 편집을 할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그럴수록 그는 ‘꼭 해내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되는 편집과 자막 등의 수업은 밤을 새서 연습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선생님과 학생들도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의 첫 작품 ‘무등산 별곡’은 수업제출 과제 중 최고로 선정 돼 광주MBC 시청자 코너에 방영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된 그는 때마침 열린 제3회 서울노인영화제에 도전하게 됐다.

그는 이제 ‘편견’을 넘어 새로운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컴맹이었던 그가 어르신정보화 교육장의 포토샵, 동영상제작 강사로 봉사하고 있고, 포토샵 정보 공유카페 ‘꿈과 행복이 있는 나라’(cafe.daum.net/jys04711)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를 통해 영화제작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늘면서 시청자미디어센터에 어르신들을 위한 영상제작 프로그램이 따로 개설됐다. 그의 도전이 가져온 변화들이다. 전씨는 오늘도 영화촬영에 나선다. 홀어머니와 외아들의 가족애를 다룬 극영화 ‘엄마의 반지’를 촬영 중이다. ‘노인들의 삶과 지혜를 담은 작품들을 제작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뤄가고 있는 중이다.

안종호 기자 joy@n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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