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2013-073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 출신 퇴직자들이 배우로 변신해 영화촬영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2일 삼복더위 속에서 촬영을 시작한 단편영화 ‘허름한 의자’에 주연배우로 출연 중인 김병한(60)씨와 배우 겸 감독 강홍길(66)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씨는 금호고에 재직하던 1989년 교육민주화를 외친 전교조 사태로 해직됐다가 광주 운암동에서 몇 년간 ‘하나족발’을 운영했다. 우여곡절 끝에 1994년 우산중에 복직한 그는 교단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다가 2010년 8월 광주고에서 명예 퇴직했다. 이후 고향인 나주 세지면 녹색체험화탑마을 사무장으로 농촌부흥을 위해 봉사하던 중 강씨의 권유로 영화제작에 참여하게 됐다.

 

서울대 출신인 강씨 역시 김씨와 같은 학교에서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해직의 아픔을 맛봤다. 해직 후 건축업을 하던 강씨는 복직한 지 14년 만인 2008년 충장중에서 정년퇴임했다. 교단을 떠난 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영화 관련 미디어교육을 받고 영화감독 겸 배우로 멋진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 영화에는 김씨와 강씨의 금호고 제자인 송민종(47·환경공학박사·전 동신대 교수)씨까지 조연배우로 의기투합해 의미를 더했다.

 

영화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8월말까지 촬영·편집을 마칠 이 영화는 각종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다. 사업에 성공해 귀농한 주인공 바우(김병한 분)와 이와 반대로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향한 동네 후배 귀동(송민종 분)이 만나 빚게 되는 사소한 갈등이 줄거리다. 영화는 바우가 귀동 아버지를 위해 허름한 나무의자를 고쳐 선물하면서 행복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바우와 귀동의 반목이 풀리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연배우 김씨는 31일 “영화 상영을 통해 도시와 농촌 간의 소통이 원활해지고 농촌에 활기가 넘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을 맡은 강씨는 “제2의 인생을 어르신들과 함께 제작하는 영화에서 찾았다”며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무더운 여름을 이기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글·사진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Category:

언론보도

Tag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